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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되지 않은 생각

20210511 Kings of Convenience - Rocky Tr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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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은 온통 내가 모르는 이들뿐이다. 9년의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지만 부부가 되어 함께 살아가는 건 마치 아내의 낯선 playlist를 듣는 것과 비슷한 느낌일테다.

 

사람들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여러가지 것들에 대해서 무심했던 것이 문제가 아닐까?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내 삶에 그 '여러가지 것들'까지 살뜰히 챙길 여유가 없었다. 차라리 게을렀다고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맛난 음식을 찾아서 먹어보고, 좋아하는 음악을 밤새 들어도 보면서... 그렇게 나를 다독이며 내 날들을 쌓아가지 못했다. 그저 하루하루를 급급히 쳐낸 뒤에 마음속 To Do List 왼쪽 □에 ∨ 표시만 해왔다. 겉은 그럭저럭 모양새를 갖춘듯한데 마음속은 회반죽 줄눈 미장이 덜 된 벽돌집 모지리가 된 것만 같다.

 

아내의 playlist에 있는 가수 한 명 몰랐다고 든 생각은 아니다. 그저 이 둘이 만들어내는 기타 반주와 목소리를 놓치고 살아가기엔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매일 휴대폰 앨범에 파일로 쌓여가는 내 아이들의 사진 속 모습이 그랬고, 저녁 식탁 위 내 귓등만 스치던 하루에 하나씩 새치가 생긴다는 터프했던 네 하루의 넉두리가 그러했다. 7시 20분, 지각 걱정에 자전거 페달링만 하다 눈을 마주치지 못한 아침 하늘과 오산천의 물안개가 또 그러했다.

 

그나저나 노래 참 조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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