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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되지 않은 생각

20210513 Chaos = Cosm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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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엉망진창이다. 술 한잔 했을 뿐인데, 우리 집 curfew가 20:00이라, 19:53분에 현관문도 열었는데,

내게 돌아오는 건 성난 사자의 포효,

단말마의 외침이 들린다. "이현이 기저귀 갈고, 재워!" 어찌어찌 이현이의 기저귀는 갈았는데 재우는 게 내 맘 같지 않다. 세상일이 다 그렇지. 엄마 찾는 본성을 막는 것은 죄악이다.

"그랴, 자네 맘 먹은대로 햐." 나는 산뜻한 미제 Old Spice 데오드란트만큼이나 쿨내나는 아빠니까.

임무를 잊은 나는 내 갈 길을 찾는다. 칫솔을 입에 물고 샤워기를 온수쪽으로 가운데서 15도 정도 기울인다. 인생이란 게 50:50이 될 수 없단 걸 새삼 깨닫는 밤이다.

욕실 바깥 세상은 온통 Chaos다. 둘째는 엄마 품이 그리워 울부짖고, 첫째는 엄마를 놓치지 않으려 착한 아이 코스프레를 한다. 아내의 고함소리가 새벽녘 바깥 공기마냥 차다. 이상하다. 난 온수 쪽으로 15도를 더 틀고 샤워 중인데, 춥다.

벌거벗은 채로 급히 몸을 대충 닦는다. 아직 덜 마른 머리카락에 고드름이 생길 것만 같아 춥다. 아내를 본다. 북극에 떨어진 적도 주민이 된 듯하다. 없던 경상도식 애교가 절로 난다. 애교는 먹힐리 없다. 이러다 잡아 먹히겠다. 아내의 고함소리, 둘째의 울음소리, 첫째의 재잘대는 소리.

온통 Chaos인 이 작은 우주 속에서 Cosmos를 느끼는 나는 정녕 제정신은 아닌가 보다.

어쨌든 나는 당신과 결혼을 하여 쌍쌍바 같은 관계이며, 어쨌든 우리는 아들과 딸을 고루 낳아 둘둘이 커플이다. 내가 술을 많이 마셔도 돌아올 집이 있음이, 우리 집 현관문 비밀번호는 아직 그대로임이, 나의 회귀본능이 캄차카 반도로 돌아오는 연어 뺨침이, 이 모든 것이 평화로운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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