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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되지 않은 생각

20220620 더위와 맞서지 않기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하고 싶었다. 날이 흐렸지만 주말 내내 조금씩 자란 아랫배를 견딜 수 없었다. 아침 출근길은 그럭저럭 견딜만했다. 다행히 구름이 제법 드리워져 있었고, 날은 습했지만 맞파람에 적당히 견딜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나서부터 회사를 한 바퀴 걷고 있는데 숨이 턱턱 막혀왔다. 더위를 잔뜩 머금은 무거운 습기가 폐포까지 점령한 것 같았다. 일을 하고 있으나, 일을 하는 내 모습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회사 다이어리와 아웃룻 일정표에 이것저것 미결을 적어두었지만, 지난 주부터 같은 내용을 매일 적고 있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나는 대체 어디서 내 보람됨을 찾아야 할까? 진급, 급여, 워라밸, 동료, 아니면 원가 계산에 대한 자부심? 일을 잘해서 받는 인정? '더위를 먹었나?' 찰나의 .. 더보기
20220614 아침 암막커튼 사이로 부쩍 부지런해진 6월의 아침이 곁을 비집고 들어온다. 힘겨웠던 어제의 내 반쯤을 이불과 함께 걷어내 본다. 물 한 컵에 알약 한 알을 입에 털어 넣는다. 부스스한 얼굴에 찬물 두어 번 끼얹고 휴대폰이며 사원증이며 잃어버린 정신과 주섬주섬 챙긴다. 안방 문을 살그래 연다. 게슴츠레 실눈을 뜬 아내의 볼에 입맞추고 곤히 잠든 내 아이들... 가만히 본다. 아침 햇살과 새근새근한 숨소리와 볼의 따스한 온기가 잘 버무려진다. 나와 아내와 내 아이들의 하루가 잘 버무려진 샐러드같이 맛있게 느껴지기를... 저녁 식사에서 웃음을 나눌 수 있는 우리의 하루가 되기를... 출근해야지.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가야지. 더보기
20220409 2005년 3월 1일 정도였을 그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회색 후드집업에 청바지를 입고 내 몸통만큼이나 커다란 스포츠 가방을 크로스로 메고서 수원역 2층 출구에 서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그 짧은 순간, 많은 생각들이 뇌에 도착하기도 전에 몸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칼바람에 모든 감각이 곤두섰다. 찬바람 때문이었을까? 새로운 곳에 대한 기대감보다 낯설고 거대한 세계를 처음 만난 두려움이 더 크게 다가왔다. 수원의 3월은 남도의 겨울만큼이나 차다.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2005년 처음 느껴본 3월의 수원은 겁이 많은 시골 청년을 더 얼어붙게 만들었다. 지금은 2022년이고, 겁이 많던 시골청년은 어느새 서른 후반의 아저씨가 되어있지만, 무언가 새로운 환경에 놓여질 때마다 불현듯 그날의 수원역과 로터.. 더보기
20220219 토요일 낮, 첫째를 숲 체험활동에 보내주고 얻은 한 시간 삼십분의 자유시간. 이미 몸속에 들어온 카페인은 커피숍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을 막아선다. 책을 좀 읽어볼까 하는 마음에 도서관에 들어서자마자 오후 1시 방역시간이란다. 엄동설한에 갈 곳을 잃어버리고... 볕이 제법 드는 도서관 야외주차장에 다시 주차를 한다. 까치 몇 마리가 주차장 나무밑 누렇게 말라버린 잔디위에 서서 열심히 땅을 쪼으고 있다. 마치 나와 당신처럼... 밥을 하고, 설거지를 하고, 일터로 나가고, 애들 먹이고 씻기고 놀리느라 바쁜 까치처럼. 아니 말라버린 잔디처럼. 좀 더 멀리 보고싶어도 내 앞에는 주차된 차들과 왕복 6차선 도로와 가끔 술 한잔 걸치던 상가 건물들,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로 가득 차 있다. 내 눈을 멀리 두고 싶지만.. 더보기
20220210 2월 밖에 안 됐는데 벌써 지친다. 의지박약한 내 모습과 속절없이 똑같은 주위 환경은 나를 어제의 나로 돌려두기에 차고 넘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지만 주변은 그다지 변한 것이 없기에.. 다시 일찍자자. 그리고 일찍 눈을-떠! 뭐라도 하자. 좀 잔다고 새파란 주식창이 붉게 물드는 것도 아닌데 뭘... 더보기
깊은 밤 아이들의 장난감 방에서... 깊은 밤 아이들 장난감 방 모두들 한 때가 있었던 이들 위로 소복한 먼지가 추억을 덮는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지만 너의 그 작은 손에 들려있었던 품에 고이 안고 자던 유난히 많이 울었던 어느 이삿날 헤어진 그래서 더욱 잊히지 않는 애착인형같은 더보기
20210802 열대야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회사에 나가 일을 했고, 돌아와서는 아이들 밥을 먹이고, 함께 뛰어놀고, 씻기고, 재웠다. 묵은 하루를 씻겨내고 홀로 방안에 가만히 앉는다. 맥주 한 캔을 깐다. 맥주캔에도 내 이마에도 송글송글 열기가 맺힌다. 잠이 오지 않는 건, 아직 하루의 열기가 다 식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열기를 빼내려고 계속 들이켜본다. 열이 얼굴로 빠져나가고 있는 건지, 열이 더 차오르고 있는 건지. 어린 시절 처음으로 느꼈던 열대야를 기억한다. 강변 고수부지에서 은색 돗자리 하나에 온 가족이 앉아 있었다. 입에 하드 하나 물고서 좋아하던 내가 있었다. 아쉽게도 그때 부모님의 얼굴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도, 오늘의 나처럼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하루의 열기를 열심히 빼내려고 부채질을 하고 있지 않으.. 더보기
20210728 여름휴가의 끝. 2021년 여름휴가가 끝나고 있다. 여느 여름휴가 때와 마찬가지로 가족과 함께 이리저리 다니다 보니 벌써 마지막 날이 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쉬는 날의 끝은 호텔 체크아웃 시간만큼이나 빨리 다가온다. 충북 보은에서 사흘, 서울랜드 하루, 강원 양양에서 이틀을 보내고 집에 돌아왔다. 몸이 이곳저곳 쑤신다. 하루라도 내게 혼자만의 시간을 주고 싶어서 집 근처 도서관에 왔다. 코로나로 거리두기도 제법 잘 시행되고 있다 보니, 여느 때보다 널찍한 자리를 혼자 쓸 수 있게 되었다. 아무 책이나 집어 들어 읽기 시작했다. 역사책, 인도 관련 책, 뉴욕 지하경제에 대한 책 이것저것 읽었다. 자리에 엉덩이를 오랫동안 붙이고 앉아 있으려니 처음에는 좀이 쑤시다가도 곧 적응했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회사 업무, 아이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