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국 주식

세 번째 주식, 페이스북(facebook). 그리고 TSMC 매도

반응형

 여름휴가 기간이었다. 가족과 강원도 평창에 있는 알펜시아 리조트에 이틀 정도 묵고 있었다. 다행히 폭우가 강원도에는 쏟아지지 않은 때였고, 코로나도 지금처럼 재확산의 분위기는 아니었다. 어린아이 둘과 워터파크에서 종일권을 가지고 가서 노는 것은 부모에게 상당히 터프한 고충이다. 오후 두 시 정도 되자, 심지어 나는 온통 습기와 물기로 가득한 감옥에 수영 팬티만 걸치고 자식이라는 교도관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죄수 느낌을 받았다. 고된 일정 끝에 아이들이 자는 시간만이 나의 휴가다.

 

 온돌방에 아이 둘을 재우고 나서 발코니에 앉아 한 여름밤과 사뭇 어울리지 않는 보슬비를 느끼고 있었다. 한 여름이라기엔 믿기지 않을 선선한 날씨, 그 이질감을 안주삼아 맥주 한 캔을 마셨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TSMC 주가를 확인하였다. 주당 83USD 정도였던 걸로 기억이 난다. 천만 원으로 시작했는데 지금 4백만 원을 벌었다고 생각하니, 40%의 수익률을 한 달만에 벌었다고 생각하니, 더 이상은 오르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먼저 엄습했다. 그렇게 다짐하고 또 다짐한 장기투자에 대한 기준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 아닌가.

 

 어릴 적 친구들과 고스톱을 치거나 섯다나 카드를 칠 때가 생각났다. 판돈이 별로 없으면 조바심이 나고, 배포가 없어진다. 그래서 결국 단기에 승부를 보려 한다. 내 모습이 그렇지 않은가? 그 날은 매도에 대한 욕구를 잘 참아 넘겼다. 아니, 그 후로 한 달을 잘 버텼다.

 

 그러다 8월 21일 금요일 밤에 한 달여 간의 숙고 끝에 나는 내 인생 첫 주식인 TSMC 138주를 전량 매도했다.(매수 57 USD, 매도 77 USD) 그리고, 매도한 금액 전량으로 페이스북(Facebook: FB) 40주를 매수하였다.

 

 둘 다 미국 시장에 상장된 주식이고, 둘 다 세계 1위 정도 하는 기업이고, 둘 다 성장주라고 판단되었다. 자금이 충분했다면 둘 다 가지고 있고 싶었다. 

 

▶ 페이스북을 매수한 이유

 

1. Facebook Financial(F2)

 

  - 8/10 언저리에 이런 뉴스가 발표되었다. 페이스북이 F2라는 조직을 신설했고, 이 조직의 수장은 David Marcus가 맡는다.(아래 사진에 있는 분, 벤 스틸러 느낌이 좀...) 이 사람은 아주 잘 알려진 페이팔(Paypal)의 부사장, 회장까지 역임한 사람으로 현재 페북 모바일 메신저 사업부 부사장이라고 한다. 이분의 유명한 작품으로는 Libra라는 가상화폐 시스템이 있다. 세계 단일 통화, 제2의 기축통화를 꿈꾸던 페이스북의 야심작이었지만, 각 국의 규제들을 수용하다 보니 그 규모가 많이 축소된 상황이다. 

David Marcus, Facebook Inc.

  - F2 계획을 쉽게 정리하자면, Facebook, Instagram, Messenger, 그리고 WhatsApp 이 대단한 앱 사용자들이 우리나라 기준에서 카카오페이 같은 전자결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Libra는 안되니 각 국에서 통용되는 통화에 맞춰서 전개해 나가겠다고 한다.

 

   - 그리고 서비스 우선 대상 국가로 인도와 브라질을 발표했다. 회사에 가서 팀 동료 중, 인도 지역 담당자에게 물어봤다. "혹시 인도는 메신저 뭐 써요?" "왓츠앱 쓰던데?!" 그래서 브라질 담당자에게도 물어봤다. "뭐 써요?" "잘 모르겠는데?!" 참고로 나는 인도네시아 지역을 담당하고 있다. 인니 사람들도 대부분 왓츠앱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찾아봤다.

 

<Most popular global mobile messenger apps as of July 2020, based on number of monthly active users, Source: Statictica 2020>

   - 페북이 보유하고 있는 왓츠앱 사용자가 20억명, 페북 메신저가 13억 명. 세계의 절반이 페이스북이 만든(또는 인수한) 모바일 메신저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카카오페이 같은 전자결제 시스템을 인구가 어마어마한 인도와 브라질에 서비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것이 내가 페이스북을 매수한 첫 번째 이유다.

 

2. Global No.1 기업, 강력한 실적

 

   - 페이스북은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소셜미디어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름이 익숙한 기업, 유명한 기업을 볼 때 흔히 매출이 좋겠지, 수익도 잘 나겠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내게 있어서 굳이 사업보고서를 열어서 확인해 보았다.

 

<2019년 사업보고서, Source: Facebook 홈페이지>

   - 관심 부분만 우선 아래의 표로 정리했다. 매출액은 원화 환산시 약 85조 원 수준이고, 매출액 증가율은 매년 조금씩 떨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27%이다. 어마어마한 수치다. 회사의 매출 규모가 커지면서 매출액 증가율이 수렴 곡선을 그리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순이익 증가율은 -16% 이지만, 순이익률은 26% 수준이다. 투자를 하지 않을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2019년 사업보고서 요약>

 

   - 2020.Q1 실적 발표자료를 찾아보았다. 재미있는 점은 역시 페이스북은 사용자 수와 그리고 그 사용자들이 일으켜주는 매출이 주요 실적의 원동력임을 맨 첫장부터 드러나 있다는 것이다. 아래의 표가 첫 페이지다. 일 사용자 수가 17.3억 명이다. 세계 인구의 30% 정도가 매일 페북을 한다.

 

 

   - 이 부분은 지역별 광고 수익을 표현한 그래프다. 이 시국에도 1분기 실적이 전년 1분기 대비해서 16% 증가한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매출의 반 정도가 미국과 캐나다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아직 시장 확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

 

▶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못한 나는(총 운영 금액: 원화 2천만원) 눈물을 머금고 TSMC 주식 전량을 매도했다. 그리고 TSMC에서 얻은 수익금을 보태서 페이스북을 매수했다. 이 선택이 옳은 선택인지 그른 선택인지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알게 되겠지. 쓰다 보니 해가 떴다. 출근시간이다.ㅠㅠ

 

주식 매수/매도 요약

  - 매수일: '20.8/21

  - 종목명: 페이스북(FB)

  - 수량: 40주

  - 단가: 266 USD

반응형